17.09.12

Etc. 2017. 9. 12. 23:27
드디어 오늘 뭉쳐야뜬다에서 프라하가 나오고 있다.

7월 8~15일에 우리가 다녀왔는데 바로 그 다음 주에 윤종신 한채아 및 일행들이 프라하를 다녀갔다.

두달이 지났지만 방송으로 우리가 지나갔던 공간을 바로 직후에 촬영한 것을 보니 여행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너무나 푸르렀던 하늘 아래 오래된 시가지의 건물과 다리, 동상이 오랜 세월을 버텨온 도시 프라하.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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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pus111

Chateau Simard 1998

Wine 2017. 9. 12. 22:41
스타필드 고양 오픈 날에 갔더니 2층 일렉트로마트 안에 와인앤모어 코너가 있었다. 지하 1층에 PK마트라는 이마트와 유사한 식료품 판매점에 꽤 큰 와인 코너가 있고 지하 2층 이마트 트레이더스에도 와인이 소규모지만 있어서 2층에 와인앤모어가 또 있다는 말에도 별 기대 않았었다.

그런데 베스트셀러 Top 5라면서 내놓은 와인들이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프랑스 와인들이 있는게 아닌가. 그리 넓지 않은 면적이지만 1960년대 빈티지부터 매우 다양한 와인들이 벽의 냉장 셀러에 상당히 많이 들어 있었다.

몇가지 저렴한 1990년대후반과 2000년대초반 보르도, 부르고뉴, 셍떼밀리옹 와인을 몇병 샀는데, 오늘은 그 중 그래도 가장 자주 오래된 빈티지 판매하는 걸 봤던 Chateau Simard의 1998년 빈티지를 마셔보았다.

처음에 오픈하자 마자 바로 마셨을 때는 향은 괜찮지만 너무나 맛이 텁텁하게 씁쓸해서 메를로 80%, 카베르네 프랑 20%의 조합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오랜만에 디캔팅을 최근에 신에 물방울에서 칸자키 시즈쿠가 하는 스타일로 약간 높은 데서 따르면서 했고, 그러고 나니 맛의 씁쓸함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점차 부드러워지기는 했다.

거의 20년 된 와인이지만 아직 맛이 피크를 지나 시들었다는 느낌은 아니고 그냥 마실 때보다는 육포와 곁들이니 부족한 단맛이 보충되며 꽤 어울리는 맛이 났다.

2002, 2005년 빈티지 등도 예전에 봤었고 시음도 해봤지만 그다시 인상적이진 않았었고, 오늘도 꼭 찾아서 다시 마시고 싶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생떼밀리옹의 미네랄이 많은 오래된 와인을 저렴하게 맛봤다는 점에서 괜찮은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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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pus111

Evgeny Kissin - Beethoven Piano Sonatas (Live, DG)

Music 2017. 9. 12. 02:08

키신이 20여년만에 DG로 돌아와 발매한 첫 음반은 2006~2016년 사이 연주회 실황 녹음 중에서 키신이 직접 고른 베토벤 피아노 음악을 CD 2장에 담은 앨범이다.


피아노 소나타 제 3번, 14번 "월광", 23번 "열정", 26번 "고별", 32번과 창작 주제에 의한 32개의 변주곡이 수록곡으로, 이중 앨범 첫 머리에 수록된 소나타 3번은 2006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의 연주라서 한국 팬들에게는 더욱 의미있게 다가올 듯 하다.


키신은 항상 음반에 대한 평가보다는 라이브에서 실연을 들은 관객들에게 받는 평가가 더 좋았는데, 나도 키신의 예전 음반 중 13살에 녹음한 모스크바에서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 2번 실황 음반과 90년대 초 RCA에서 발매한 카네기홀 실황 쇼팽 음반 두 장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2009년 4월 내한 연주회에서 들었던 프로코피에프와 쇼팽도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에는 황홀하게 들었었다.


소나타 3번은 베토벤 초기 곡이지만 규모가 크고 경쾌한 느낌인데, 키신이 시원스럽게 쳐내려가는 스타일이 꽤 잘 어울린다. 그러면서도 2악장의 고요하고 서정적인 느낌도 섬세하게 살려내고 있다.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관객들의 환호성이 실려 있어 듣다보면 함께 흥분감이 고조되는 음반인데, 2006년 내한 공연에 갔던 분들이라면 혹시 본인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어서 수록된 32개의 변주곡은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열정적이고 음울한 짧은 주제로부터 다양한 성격의 짤막짤막한 변주를 펼쳐나가는 화려하고 매력적인 곡이며, 강철처럼 강력한 소리부터 연약하고 섬세한 소리까지 엄청난 스펙트럼을 가지는 키신의 타건을 느낄 수 있는 집중력과 흡인력 높은 연주로 2007년 몽펠리에에서의 실황 녹음이다.


소나타 14번 "월광"은 2012년 뉴욕에서의 연주로, 잔잔하게 시작하는 첫 머리에 객석의 소음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지지만 키신은 흐트러짐 없이 담백하게 호수에 비치는 달빛과 같은 어둡고 환상적인 피아노의 노래를 들려준다. 바로 이어지는 2악장은 순식간에 톤이 바뀌어 상큼하고 우아한 인상을 주고, 다시 급격하게 분위기가 바뀌어 격정적으로 슬픔에 젖어 달려가는 듯한 3악장까지 스튜디오 녹음에 비한다면 약간 정돈되지 않은 부분도 수정 없이 그대로 담아 모범적이면서도 생명력이 넘치는 신선한 연주를 들려준다.


소나타 23번 "열정"은 가장 최근인 2016년의 암스테르담에서의 실황인데, 이 음반에 수록된 다른 연주보다 더욱 예민하고 섬세한 표현을 보여준다. 1악장의 음울함 속에 수시로 불끈 치솟는 격정이 약간 느린 템포로 그려지는데, 타건의 깔끔함은 약간 희생되지만 대신 전달하는 감성의 깊이는 더 아득해진게 키신의 연주 스타일 변화인 듯 하다. 내면 깊은 곳으로 침잠하여 언뜻 덤덤한 것 같지만 연정이 담뿍 담겨 애틋한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가 펼쳐지는 2악장은 키신의 일면 무뚝뚝한 듯 하나 깃털 같은 터치부터 연약한 떨림까지 고스란히 전달해내는 능력이 잘 어울리고 드러나는 연주가 담겨 있다. 어렴풋이 느껴지던 희망은 곧 좌절되고 1악장보다 더욱 격렬하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3악장은 초반부에는 다소 여유를 가지는 템포로 진행되나 점차 열정이 고조되면서 가속되고 타건은 격렬해진다. 하지만 더욱 기억에 남는 건 그 사이에도 드러나는 가녀린 터치와 스러질듯한 애절한 음색이다.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몇 차례 미스터치까지 그대로 남겨두어었지만 연주가 끝나고 짧게 수록된 관객의 환호성은 이 음반에 수록된 것 중 가장 열광적이어서, 왜 키신이 이 연주를 골라 수록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소나타 26변 "고별"은 베토벤과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던 루돌프 대공 사이의 우정에서 빚어진 아름다운 곡이다. 다행히 2006년 비엔나에서 녹음된 연주는 객석의 소음이 충분히 가라앉은 뒤 조용하게 시작되어 영롱하고 명징한 키신의 연주가 1악장에 담긴 이별해야 하는 애틋함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악장 간의 기침 소리 속에서 시작되는 2악장에서도 영롱한 터치는 빛을 발해 헤어짐에 의한 슬픔과 그리움이 사무치게 다가온다. 재회의 기쁨을 노래하는 3악장으로 연결되는 순간은 마법처럼 신비스러우며, 이어지는 활달한 멜로디는 청자에게도 들뜨고 행복한 심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다른 연주에서 강조되지 않아 잘 듣지 못하던 화음까지 명료하게 들려 신선함도 준다.


소나타 32번은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이다. 이 블로그의 주소인 opus111은 바로 이 곡의 작품번호에서 따 온 것이다. 물론 예전에 Naive사의 음반 레이블 중에도 opus111이 있었는데, 아마 역시 이 곡에서 딴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만큼 이 곡은 베토벤이 피아노 소나타로 표현하고자 했던 지향점의 최종 도달 결과물로 남긴 중요한 착품이며, 마지막 2악장을 한번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극의 음악을 들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시대와 지역과 환경을 초월하여 우주의 신비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인류의 위대한 예술 성과의 극치에 다다른 음악이라 할 수 있다. 


극명하게 대조되는 단 두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을 키신이 어떻게 펼쳐낼지를 이 음반의 발매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기대했었다. 2013년 베르비에에서 녹음된 이 연주에서 키신은 1악장의 엄격하고 단호함을 명쾌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다른 곡 연주에서 약간 흐트러지는 모습까지 숨기지 않으면서도 감정에 충실했던 것에 비하면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은 잘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이는 1악장이 지향하는 성격과 어울리는 접근이라 하겠다. 


2악장은 20분에 이르는 연주로 전체적으로 약간 느린 편이다. 도입부는 의외로 약간 화음이 묵직하게 울리며 아리에타의 주제를 노래하는데 1악장과는 완전히 다른 온화하고 세밀한 터치를 보여준다. 변주가 진행되면서 점차 리듬이 잘게 나뉘고 약간씩 흥겨운 느낌까지 더해지는데 전반적으로 약간 느린 템포여서인지 너무 경쾌해지지는 않고 생기를 잃지 않는 정도이다. 리듬이 거의 재즈에 가까워지는 제3변주에서도 그러한 느낌은 전혀 강조되지 않으며 이어지는 변주에서는 점차 더 느려지면서 각 음의 울림을 도드라지게 하여 더욱 명상적인 느낌이 들게한다. 천상의 별에 닿으려 하는 듯한 트릴과 아르페지오의 끝없는 이어짐은 약간 몽환적으로도 들리고, 어느 새 조금씩 하강하면서 한없이 편안해지고 따스해지는 느낌을 담으며 연주는 담백하게 마무리된다. 


다소 빠른 템포로 연주하는 켐프(DG)의 음반이 인간을 초월하여 우주에 닿았다가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돌아가는 듯한 극적인 고양감과 영원으로의 회귀를 느끼게 한다면, 키신은 우주를 바라보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명상하는 듯한 느낌의 해석을 들려준다. 이 연주가 최고라거나 반드시 들어야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신선한 해석이고 실황 연주에서 느낄 수 있는 아찔함을 담았으면서도 다행스럽게 관객의 소음이 최소한으로만 방해하기에 생생한 현장감을 즐길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키신이 완벽함을 내려놓고 음악에 담긴 감성에 더욱 다가가는 성숙한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음반으로 소장하고 즐길만하며, 지금은 Apple Music과 Melon으로 들었지만 CD보다 고음질 음원이 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posted by opus111